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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그네

나는 이곳의 풍경입니다

십일월 바람에 혼자 즐겁게 흔들립니다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울기 좋은 곳입니다

공원에서 나는 기다리고 있다가 

삐걱거리며 슬픔을 받쳐주는 허공의 의자입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주인공과 단역이 있습니다     


주인공 한 컷을 찍기 위해 정지된 버튼

나에게 앉는 순간 그가 주인공이 됩니다

주인공은 일부지만 단역에겐 전부입니다

하루 종일 기다리던 단풍나무 얼굴이 그새 반쪽이 되었습니다     


낮과 밤이 지나는 동안 

나는 당신이 떠난 그대로 비어있는 그네입니다 사나흘은 비가 오고 사나흘은 바람이 붑니다 십일월이 십이월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딱딱한 심장이라 다행입니다

한겨울 쓸 만큼의 눈물이 저장되었으나 기다리는데 익숙합니다     


풍경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나는 떠나지 못합니다

두 개의 줄이 추억을 꼭 붙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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