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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꽃병의 도수​

장미 꽃다발을 들고 두리번거린다 술병이 눈에 띈다     

알코올에 반응하는 붉은 빛깔     

한 방울 남아있던 알코올이 끄윽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술병에 생일 한 다발을 꽂는다     

시들 걸 알면서도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장미는 몇 번째 봄을 돌아와도 매혹적이다     

술병 속 물이 줄어든다     

향기보다 색에 취하는 장미의 도수     

     

술의 힘을 빌려 고백을 받은 때가 있었다     

술김에 한 말은 진담이라고 믿었다     

장미를 술병에 꽂고 나면 시들어가는 말들     

혀 짧은 사랑은 다른 데 있었다     

금방 말라갔다     

     

내 쪽으로 기울여 채워진 잔은 삼키면 사라지고 없었다     

뿌리도 흙도 없이     

도수를 머금은 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미는 독한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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