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다발을 들고 두리번거린다 술병이 눈에 띈다
알코올에 반응하는 붉은 빛깔
한 방울 남아있던 알코올이 끄윽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술병에 생일 한 다발을 꽂는다
시들 걸 알면서도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장미는 몇 번째 봄을 돌아와도 매혹적이다
술병 속 물이 줄어든다
향기보다 색에 취하는 장미의 도수
술의 힘을 빌려 고백을 받은 때가 있었다
술김에 한 말은 진담이라고 믿었다
장미를 술병에 꽂고 나면 시들어가는 말들
혀 짧은 사랑은 다른 데 있었다
금방 말라갔다
내 쪽으로 기울여 채워진 잔은 삼키면 사라지고 없었다
뿌리도 흙도 없이
도수를 머금은 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미는 독한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