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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꽃의 발굽

저 꽃나무의 촉은 발굽이다      


벚나무 가지에 얹힌 수많은 발굽들 

오므린 발가락을 펴려고 뒤꿈치에 힘을 준다

쓰다듬어보니 분홍 발톱이 돋고 있다     


직박구리가 꽃의 가려운 발가락을 물었다

발가락을 펴야 공중을 찍지     


영랑호는 뜰채로 건져 올리고 싶은 무늬가 흘러오고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저마다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     


남이 찍어주는 사진엔 웃음이 없지만

우리는 걸으면서 가까워진다     


호수의 윤곽을 따라 돌면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와 있다    

 

가본 곳과 가보지 않은 곳 사이에

우리의 발자국이 멈췄다   

  

지나온 것들이 찍힌 발굽

안개가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벚꽃이 발굽을 더 펴고 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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