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판에서 한 알을 꺼내면
하루가 지워집니다
오늘 아침은 쌍란입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엔
프라이팬에 두 개의 달이 뜹니다
그와 한 달 만에 만나는 날이지요
빈곳이 늘어날수록 만나는 날이 가까워집니다
잘못 집어든 달걀이 발치에 떨어져 깨지는 날도 있습니다
약속은 껍질이 얇아 잘 깨집니다
머릿속에 끈적끈적 엉겨 붙어 하던 일이 뒤죽박죽입니다
바깥인데 마네킹처럼 창고에 갇힙니다
엘리베이터는 가만히 멈춰 있고
서 있는 곳이 사막인지 초원인지 모릅니다
시월의 바람은 금방 헤어질 연인처럼 싸늘합니다
반숙의 아침이 늘어납니다
만남은 설익은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비어 있는 곳에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믿음이 채워집니다
내일은 완숙의 만월이 뜰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