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랜드 투어(삼티아고) - 제1일: 떠나자(2)

이탈리아, 파리 - 고대, 중세, 근대로의 종적 횡적 시공간 여행

by 노태

제1일 - 떠나자(2)


암울한 먹구름이었던 복선이 공항에서 현실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고 우리가 예약한 독일의 루프트한자 비행기가 2시간이 연착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됩니다.


인천공항에서는 여유가 생겼다지만 경유지에서 갈아타는 시간이 2시간이어서 못 탈 가능성이 농후하여 모두 마음이 심란합니다.


- 도마씨 : 그러면 다른 비행편은 없나요?


- 승무원 : 예전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2시간 안에 비행기를 탔다는 사람이 있긴 있었어요.


- 도마씨 : .... 혹시 모르니, 그러면 일단 프랑크푸르트에서 빨리 움직인다면 탈 수도 있으니 원래 우리 비행편 표를 가지고 가봐야겠네요.


모두 심란하지만, 승무원의 말을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오히려 정말 빠르게 움직인다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갈아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원래 2시간 차이의 비행편 표를 그대로 받아 출국 수속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우리 여행의 참 에피소드를 제공할 줄이야...)


오전 11시 44분. 출국 수속을 마치고 2층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아내와 나는 앞으로 유럽에서 약 2주 동안 한식이 매우 그리울 것으로 생각되어 김치찌개 시켜 먹습니다.


분명 어제 먹고 왔는데 유럽 음식을 먹기도 전에 한식이 그립다니 사람은 분명 현실보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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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2시간 늦게 이륙한 비행기 안에서 생각보다 더 힘든 장시간의 비행에 괴롭습니다.


유럽 여행을 앞으로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갈 때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비행시간일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코노미에서 자석을 조금 업그레이드한 선택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가서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모자라고 게임을 하고 잠을 자더라도 모자랐습니다.


핸드폰 노트 앱을 켜고 수학 문제를 풀고 평소 생각하는 지구과학 문제를 열심히 몰입해 풀어본 것이 그나마 시간을 보내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12시간 비행 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과연 환승을 할 수 있을지 자못 걱정입니다. 만약 환승하지 못한다면 내일 로마 바티칸 투어 일정은 모두 어그러질 것이고 모든 일정이 도미노로 밀리는 상황입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다가올수록 시계와 항공 운항 경로를 번갈아 쳐다보는 일이 잦아집니다. 입국 수속을 빠르게 마치고 미친 듯이 뛰면 잘하면 비행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더딘 입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뜁니다.


“A54”를 외치고, 그 큰 공항을 휘저으며 환승 탑승구를 향해 뜁니다.


여유롭고 느긋할 중년의 남녀가 중장거리 스프린터가 된 듯 뜁니다. 뛰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몇 명의 유럽인들은 ‘빨리빨리’ 뛰는 동양의 중년 남녀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습니다. 체면 따위는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오후 8시 50분.


비행기를 결국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 떠나는 애인을 애타게 찾아 왔지만, 눈 앞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마주하는 심정처럼. 아니, 눈 앞에서 보딩 브릿지가 떼어지는게 꼭,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며 어쩔 수 없이 호흡기를 떼고 영영 천국으로 가버리는 상황처럼.


전력 질주로 뛰었지만, 속절없이 떠나버렸습니다.


삼티아고 6명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허탈하게 뒤돌아서야만 했습니다. 막막함을 뒤로하고 루프트한자 서비스 센터를 하염없이 찾아 헤맵니다. 우리와 같은 사연이 있는 여행객들이 분명 많았을 것인데 서비스 센터를 향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역시 유럽 여행을 많이 다녀본 도마씨가 서비스 센터를 잘 찾아 오늘 밤 묵을 호텔 바우처와 내일 로마행 항공권을 받아 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멍한 그런 상태로 6명은 호텔로 향합니다.


공항 지하철로 한 정거장 코스의 더 웨스턴그랜드 호텔에 1박을 하게 됩니다.


허탈하지만 이조차 우리 여행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며 호텔 로비에 모여 서로 웃습니다. 내일 바티칸 투어 일정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예약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지만, 그저 서로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습니다. 시차 적응을 못한 지라 시간마다 깨고 푹 잠들진 못하지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밤을 보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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