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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an 11. 2024

내가 돈이 없는 이유

32살 청년의 전재산 탕진기

지난 8월, 나는 모종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학원 원장입니다."

"네."


그리고 나의 방황기는 시작되었다. 


공부를 하며, 나는 2300만원을 모았었다. 정말 아낄 것 아껴가며 모은 돈이었기에 정말로 소중했다. 나는 그 돈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한 전화를 받았다. 개포의 한 학원 원장인데 같이 일할 생각이 없냐는 전화였다. 엄마 아빠는 당연히 말렸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모아 놓은 돈을 들고 서울 강남으로 상경했다. 그리고 학원을 다니며 전재산을 탕진했다. 부모님의 예상대로 그 학원은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그 학원은 개포의 에듀플렉스로 내가 사람인에 올려 놓은 이력서를 보고 그 학원의 원장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사회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쉽게 털리다니. 공부만 한 나는 헛 똑똑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 말이 다 맞았던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너는 헛 똑똑이야."


그렇다. 정말 나는 헛 똑똑이다. 사회에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열심히 공부만 하던 나는 사회로 나가자 마자 사회의 매서움에 크게 당해 버렸다. 나는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사회에 대해서 공부하면 될까? 나는 인생에서 이렇게 큰 위기에 봉착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방황을 하지 않아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또 다시 방황의 길로 들어서 버린 것이다.


사회가 원망스러웠다. 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시지 않으셨던가? 하지만 잘못은 나에게 있다. 내가 주변 사람들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내가 우리 부모님의 말을 무시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큰 죗값을 받는 것이리라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적는다. 내 인생에게 더 이상 지지 않기 위해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적는다. 나는 일타 강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큰 돈을 벌고 우리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말했다. 

       

"현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는 네가 계속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일타 강사는 정말 되기 힘들어."


그리고 그 말씀은 정확히 맞았다. 나는 정말 내가 모은 돈을 이렇게 쉽게 써버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졌다. 나는 전재산을 탕진하고야 만 것이다. 사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 앞에서 당당하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날 안아 주신다. 여전히 사랑해 주신다. 앞으로는 정말로 효도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수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인데 벌써부터 한 풀 꺾인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서려 한다. 굳은 심지로 다시 일어서려 한다. 그리고 이 나라의 청년들과 연대하고 싶다. 나 같은 청년이 어디 한 둘 이랴? 이렇게 나는 한국의 청년들과 하나의 공감대를 더 형성한다. 그들이 나의 공감을 좋아할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나는 이렇게 또 한 번 사회를 알아나간다. 비록 수업료는 어마무시하게 비쌌지만.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며 오늘을 즐겁게 회상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미래의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모아 놓았길. 수중에 돈이 있다는 건 분명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니까 말이다. 미래의 나는 성공해 있기를 바란다. 조금 더 행복하고, 더 많이 웃기를 바란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 나가는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생각하고 그려 본다. 미래의 나는 꼭 그렇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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