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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an 12. 2024

감자탕을 먹었다.

가족과의 즐거운 식사에 대하여

나는 가족과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과의 식사는 언제나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내게 가족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 때는 가족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가족이 없었다면 더 성공하고 잘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내가 실패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나는 가족과의 식사가 즐겁다. 오늘은 가족과 감자탕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하신다.


"이 나이쯤 되면 다 잘 해."


라고 하시지만 내 생각에 엄마는 할머니의 요리 솜씨를 빼 닮은 것 같다. 우리 외할머니는 정말 요리를 잘 하셨다. 그 중에서도 벌건 콩나물 국이 정말 맛있었는데, 고춧가루 넣고 푹 끓여 낸 콩나물 국은 정말 별미였다. 나는 외할머니 댁에 놀러갈 때마다 그 콩나물 국을 먹었고 정말 행복했다. 지금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우리 엄마조차도 그 콩나물 국 맛은 재현해내지 못하신다. 어느 식당에서도 그 맛을 느낀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아쉽다. 내가 요리 연습을 하면 그 콩나물 국 맛을 재현해 낼 수 있을까?



내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 가족과 식사하는 장면이다. 프랑스 가족이니 만큼 파스타를 함께 나누어 먹는 장면이었는데, 주인공이 파스타를 덜어 먹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다. 주인공은 엄마가 해 준 파스타를 한 번 먹고 또 한 번 덜어 먹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계기로 나는 파스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가끔 직접 해 먹으려고도 노력한다.


우리 집 앞에 투가리 감자탕이라는 곳이 있는데, 엄마는 그곳에서 감자탕을 사왔나 보다. 정확한 음식의 명칭은 감자탕이 아닌 우거지 녹두국이라나.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뭐라고 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여튼 감자탕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나 맛있던지 아까 피부과를 갔다가 집에 와 이것저것 주워 먹은 나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가족과의 식사는 이처럼 나에게 든든함을 준다. 



한국의 문화는 이처럼 집밥의 문화인 것 같다. 서로 싸우다가도 한 데 둘러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즐거워 하는. 그래서 참 감사하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하니 먹으면서 함께 화합하는 이 시간이 나에겐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늘 기다리게 된다. 오늘 점심은 뭘까? 오늘 저녁은 뭘까? 하고. 이제는 엄마가 내게 밥을 해줄 때가 아닌 내가 엄마, 아빠, 오빠, 즉 가족에게 음식을 해줄 때다. 그래서 항상 연구한다. 무엇을 만들면 우리 가족이 가장 맛있게 먹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참 다행인 것 같다. 한국의 문화에 잘 스며들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국인이니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건 당연하겠지만서도 그래도 감사하다. 항상 걱정하지만 늘 일용할 한 끼 먹을 수 있게 해주시는 하느님께도 감사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기도를 올려본다. 새해에 제가 바라고 소망하고 소원하는 것 모두 이뤄주십사 - 하고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늘상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 나는 드리는 것 없이 매일 바라기만 하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이뤄주신다. 그래서 감사하다. 하느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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