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작년은

by 엘레강스두인사

지난 1년은
나에게는
크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허무와 공허,
절망과 상실과 함께였다.

허무와 공허, 상실과 절망은
2025년 내내 나와 동행했고
혼동과 혼란도 늘 곁에 머물렀다.
갑자기 짜증을 내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나와
무력감과 무기력도 함께 걸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여러 번 나를 휩쓸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조건과 무관한 고통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졌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참 제한적이라는 것,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삶의 많은 순간들이
사실은 선택 당해지고 있었음을.

나는
거대한 손에 이끌려 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삶의 파도를 타는 일이라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온전히 머무는 것.
그 모든 것에
연민과 사랑을 보내는 것.

비난하고 싶어질 때
잠시 멈추고
그럴 수밖에 없었음에
연민을 보내는 것.


지나온 시간들이
어찌 완벽하겠는가.
어찌 후회가 없겠는가.
아니,
후회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들을
기꺼이 수용하며
나를 친절하게 대하는 것.


삶에
어찌 성공과 실패가 있겠는가.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과 실패란
고작 몇십 년의 기준일 뿐.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을 경험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어떻게 사랑했고
얼마나 치열했고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말할 수 있다면.


느끼지 않으려 애썼던
그 모든 것들을 느끼며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해 나가려는 나를
나는 뜨겁다고 말하겠다.


그리고
그런 나를
연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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