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는 아픔을 숨길 수가 없었다

엄마가 떠났다.

지난 겨울, 작년 12월 말 나는 한국에 갔다. 엄마는 심장이 안 좋다고 했다. 엄마는 예전부터 아픈 곳이 많았고, 심장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설명에 따르면, 피가 제대로 흘러야 할 곳에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간다고 했다.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난 그게 큰 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나는 내 눈이 더 걱정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노화인지 눈이 아파서 중국에서 병원에 다녔었고, 한국에 간 김에 좋은 안과에 가보려고 했었다. 그 사소한 각막손상, 갑자기 나빠진 시력, 그게 난 더 걱정이었다. 그래서인지 난 내 맘 속에 엄마의 심장 아픔을 그저 그런 일상적인 감기 같은 병으로 받아들였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4월,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병원에 있다며 내일 수술을 한다고 했다. 그 사이 엄마는 병원을 몇 번을 더 갔을 테고 의사에게 심각한 말을 들었을 테며, 왜 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았을 것이다.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난 수술 하루 전에야 오랜만의 통화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멀리 사는 딸이 걱정할까 봐 자신의 병의 심각성을 숨겼다. 수술 전날도, 전화를 급하게 아빠에게 건넸다. 엄마는 자신의 아픔을 나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수술이 끝나고, 나는 한동안 엄마랑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아빠만이 전화를 받았고, 엄마는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 건지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퇴원을 한다고 했을 때, 괜찮아져서 퇴원을 하게 되는 건지 알았다. 퇴원일에 맞추어 비행기표를 끊은 나를 아빠를 제발 오지 말라며 말렸다. 아빠는 내 비행기 값을 돈으로 줬으면 했다. 그게 더 보탬이 된다면서.


그리고 또 일주일 동안 난 엄마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엄마는 그전에 대장암과 갑상선암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초기라서 회복이 꽤 잘 되었다. 난 아마도 이 심장수술을 그때처럼 생각했다. 그 사이에 엄마는 나이도 더 들고 몸도 더 안 좋아졌는데 말이다. 어느 날 아빠에게 영상통화로 엄마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엄마를 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엄마가 꽤 심각하다는 걸.


난 비행기를 끊었고, 한국에 갔다. 밤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문을 여는 소리에 엄마는 잠이 깨서 누구냐고 소리를 내었고, 평소와 달리 엄마는 내가 온 걸 반가워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나 때문에 깨서 간신히 화장실에 간 후,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달라고 했다. 그것도 잘 마시지 못해 빨대를 꽂아 마셔야만 했던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 있었고 타이레놀을 하나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내가 알던 엄마는 항상 나에게 아픈 걸 숨겼었다. 근데 이번엔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의 엄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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