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제외한 나머지가 제일 쉬워질 때
지구 상에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듯 글을 쓰다가
이렇게 몸도 마음도 아픈 날에는 글이 제일 쉽게 써진다
엄마 곁에 누워서 아프다고 보채고 싶은 날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잘 체하던
엄마손은 약손이
마를 날이 없었다
다시금 그 손길이 그리워질 때
봄꽃처럼 다 지나가버린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름다운 순간은 왜 그리 찰나 같아
아쉬움도 채 남기기 전에
나만 두고 훌쩍 떠나가 버렸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노래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든다
꽃이 피면 같이 울고 웃던
알뜰한 그 시절은 어디에 가고
봄날은 또 한 고개를 넘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지금 이 순간도
한 시절은 흘러가겠지
이렇게 쉽게 몇 자 적어내지만
가슴속 응어리는 차마 적어낼 수 없음에
오늘도 이름 모를 곳에 두고
애써 깊은 밤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