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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May 07. 2021

연꽃 위로 내리쬐는 햇빛 같아서

어느 날 문득 바라본 연꽃에 해답이 있다



어느 날 고궁을 거닐며 생각한다

내 인생은 연꽃 위로 내리쬐는 햇빛 같아서

때로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때로는 그 눈부심에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인생은 눈부심이 가득 차 살아볼 만하다는 것을

주문처럼 외우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만다


하지만 연꽃은 다르다

한낮의 가운데 세차게 쏟아지는 햇빛의 폭우를

피하지 않고 두 팔 벌려 흠뻑 적신다

묵묵하게 같은 자리에서 오래도록 뿌리박고

햇살의 시간을 담뿍 즐긴다


잔잔하게 우려낸 꽃잎의 향 속에서

향이 없다 하더라도 서러워하지 않는다

대신 진정으로 맛이 좋은 차와 같이 묵직한 기다림을 갖는다


'세로토닌의 수치를 위해서라도 한낮에 산책을 가볍게 해 주세요'


묵직한 기다림은커녕 의무감에 어쩔 수 없는 발걸음을 한 나와는 바라보는 곳이 다르다


다 들킬까 위험해

어두운 달빛으로 숨기고 싶어

도망치듯 피하려 하지만


달 역시 밤의 햇빛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궁극에 피하려 하는 곳엔 해답은 없겠지


그러니 밤이면 한껏 웅크린 모양새가 되더라도

낮이 되면 우산을 펼치고 한낮의 폭우를 기쁜 맘으로 맞이하러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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