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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May 09. 2021

여름과 잠시 술래잡기를 할 때

계절이 변화하는 지점에 서서


아무래도 5월은 안 되겠어.

광장은 온통 활기로 가득 차있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미술시간 팔레트가 생각이 나.

정직하게 쓰인 '하늘색'을 담뿍 짜내던, 그 색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네.

싱그러운 초록빛의 그림자가 바닥에 일렁이면 회색빛마저 생동감이 넘쳐.

아이들은 내 곁을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가고

어른들은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분주해지면

나만이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봐.

저녁식사의 메뉴는 무엇일까

어떤 대화를 나눌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내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공연히 궁금해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하다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발걸음을 재촉해

역시 이런 계절은 부담스러워.

여름이 잠시 어깨를 두드려 뒤를 돌아보면 저만치 숨어버리는.

놀이터에 혼자 남지 않기 위해서는

지긋지긋한 술래잡기를 끝내야만 하는데.

된장찌개와 두부무침과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집으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지만

여전히 나는 느린 술래고

계절은 이 세상 누구보다 빠른 도망자야.

어느새 더 멀리 도망가 더 푸른 잎사귀를 끌고 오겠지.

더 활기찬 웃음소리들을 데려오겠지.

져 줄 마음은 없다는 듯 활개를 치며 달려 나가는 네게 떨어진 바람의 한 조각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조각들을 주워 담으며

네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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