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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Sep 25. 2021

토요일 낮 12시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곳에 모일 확률

내 절친의 결혼식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일 확률. 그것도 순도 100%의 거짓 없는 마음을 갖고서. 아이유의 <마음>이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아이유는 이 노래 가사를 쓸 때 정말 아름다운 감정만을 담아 거짓 없이 써 내려갔다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을 담은 노랫말인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가 건네준 표백제에 담그고 나온 새하얀 실내화처럼.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하얘서 눈이 시릴 정도의 솔직함. 이러한 솔직한 마음이 모이는 것이 결혼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혼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경건해지기도 어쩐지 뭉클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평소에 쌓아 올린 견고한 성벽과 같은 마음들을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들로 무너뜨리는 시간. 평생의 약속을 진지하게 고하고 증명하기 위하여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모이는 시간.

오늘 결혼한 나의 친구는 내 정신적 반쪽과도 같은 친구이다. 친한 친구의 기준을 줄을 세워 누가 더 친하고 덜 친하고 유치하게 따지려는 마음은 없다. 그렇지만 가장 교감하고- 그래, 말 그대로 교감한 나의 정신적 지주. 내가 길을 잃고 방황할 때 그녀는 무수한 밤하늘의 별들 중 하나라는 듯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나를 다독여 주었고, 내가 지나간 상처들에 아파할 때 흉터는 지나고 보면 별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친애하는 나의 친구이다. 더 좋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수식어를 나에게 알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다. 아까운 것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관계인지 새삼 안도한다. 이기적이고 쌀쌀맞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아까울 것이 없을 정도로 베풀고 싶은 친구라니. 그러고 보면 어떤 면에서 그녀는 나를 철들게 했으며, 성장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연습 끝에 처음으로 해 낸 축사를 무사히 마치고 어쩐지 기뻤던 것은, 작은 것이라도 보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해준 말들을 때로는 삶의 지표로, 때로는 원동력으로, 때로는 위안으로 그것들을 먹고 나는 자랐다. 따뜻함이 고픈 나를 그녀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 다정한 눈길 덕에 아직도 여기에 내가 살아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치열하게 자란 우리가 오늘 무사히 만날 확률. 그 확률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부러 전화를 한 친구는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예전에 널 봤을 때 보다 많이 어른이 된 것 같다고 아빠가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장에서 아버님께 인사를 건네며 나는 친구의 아버님을 처음 뵙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래전 한번 뵈었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 근데 너무 옛날이라 그때 보고 지금 보면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러자 친구는 그래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네. 시간 빠르다.

10년 전의 우리가 만났을 확률. 그때의 우리가 친구가 되는 확률. 그리고 친구로 세월을 보냈을 확률. 힘들 때 서로가 옆에 있어줄 확률. 기쁠 때, 심심할 때, 별일 없지만 보고 싶을 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확률. 그리고 10년이 지나도 우리가 여전히 친구가 되는 확률.

이 말도 안 되는 모든 확률들을 거쳐 오늘 결혼하는 너를 내가 축하해 줄 확률을 생각해보았어. 역시나 설명이 되질 않는 것 같아. 난 셈에 약하니까 이 많은 확률들의 의미를 차마 계산할 수 없겠어. 다만, 앞으로도 우리가 더 많은 확률을 늘려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의 소원처럼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날 어쩌면 또다시 축하해줄 확률도 포함할 수 있겠지?

오늘 12시에 모였던 마음들이 언제나 그녀를 감싸주기를 바라며.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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