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생각
힘들어도 막살 수가 없다.
힘들다고 모든 사람이 막 살진 않아.
라는 말들은 나를 힘들게 한다.
무기력과 죄책감을 같이 발음하다가 문득 벼락을 맞은 듯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얼마나 많이 벼랑 끝에 서 있었을까.
외로움의 실체가 민낯으로 형형하게 다가올 때 섬뜩한 무력감이 싫다.
나약한 몰골에 파리한 안색은 짙어져 간다.
무수한 수식어로 잔뜩 방어했던 일상은 숨결 한 번에 사라져 버린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기가 싫다.
이기적으로 잘 익은 과육을 입안에 터트리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자꾸만 길을 잃는다.
가만히 입을 벌리고 서있자니 과육을 탐내는지 아닌지도 이젠 잘 모르겠다.
인생은 슬프다.
어쩌다 슬픈 것이 아니라 대부분 슬퍼서 더욱 서글퍼진다.
그 서글픔을 가장 못 견딜 때는 대체 무엇이 나를 슬프게 만드는지 모르겠는 순간이다.
이것은 비극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숨찬 슬픔으로부터 내달려도 기쁘게 만드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