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인생이 너무 미워서 버리고 싶은 밤.
마음속 찌꺼기처럼 남은 미련들과 두텁게 쌓인 먼지 같은 미움들.
거름망에 거르려 노력한들 영원히 다 걷어내지 못할 예감이 드는 밤.
이미 오래전부터 침전물이 가득한 물을 다시 정수로 바꾸고 싶다는 열망은 어쩌면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
아무도 해내지 못 한일을 내가 감히 깨끗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믿음이라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
하지만 믿음을 폐기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때때로 거짓말을 믿으며 살아가는 쪽이 더 편하기도 하니까.
거짓은 진실이 아닐 뿐 옳고 그름의 영역에 놓여있지 않다.
그렇기에 애써 남을 속이는 일은 이제 쉽다.
다만 자신마저 속이지 못해 뒤척이는 밤.
투명한 마음을 갖고 싶다면 네가 먼저 솔직해져 봐.
다 버리거나 죽이거나 아니면 아예 영영 여길 떠나.
너무 비겁해.
더러워.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너의 세계에 더 이상 발 딛고 있기 힘들지 않니?
나랑 같이 가자.
모르는 척 노래를 틀고 춤을 춰.
말도 안 되는 몸짓으로
모르는 척 노래를 틀고 노래를 불러.
말도 안 되는 목소리로
어질러진 옷가지 틈에서 발 디딜 만큼만 찾아놓고 움직여.
때로는 그냥 딱 그만큼만 내 세계였으면 좋겠어.
나에겐 세계가 너무 커
계절도 시간도 방도 나에겐 필요가 없어.
인생을 버리고 다시 시작할 순 없을까?
-잘못된 인생도 미니멀 라이프 해드립니다.
어느 날 본 광고 문구에 내 인생을 구깃구깃 접어 볼까 해.
무엇을 폐기할 까 곰곰이 서서 생각해보니.
버릴게 너무 많은데 종량제 봉투 100L는 사라졌대.
들어 올릴 때 너무 무거워서.
내가 버릴 것은 양은 많은데 무게는 가벼워.
생각해 보니 그렇게 근근이 살아왔대.
무게를 더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흘러와서 살아왔대.
그래서 필요 없는 걸 다 넣어도 전혀 무겁지가 않았대.
버리러 가는 길이 너무 쉬울 것 같았대.
그게 슬픈지 다행인지 몰라서 막상 버리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대.
쓸데없는 부분을 버리라면 다시 생각해도 너 버릴 수 있니.
이제 와서 다시 모든 걸 버린 들 깨끗한 물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네 인생을 봉투에 담아 묶어 버릴 수 있겠니.
제 아무리 쓰레기여도 봄꽃 흩날리는 계절에 인생을 한 손에 들고버리러 가는 길이 가능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