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야, 잘 지내지?
“언니. 잘 지내?”
늘 이렇게 연락하곤 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아는 일상의 사소한 것도 말하기를 좋아했고 외로움을 힘들어하여 전화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다.
전화받기 힘든 상황이더라도 그 동생의 전화가 오면 늘 최선을 다해 전화를 받았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손에 물기를 닦고 1시간 이상 전화 통화를 했고, 샤워 후 머리를 말리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전화를 받았고 집안 청소를 하는 도중에도 전화를 열심히 받았다. 나 또한 그 동생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많이 했고 힘든 마음을 위로받았던 순간도 정말 많다. 그렇게 우리는 친한 사이가 되었고 각자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며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20년을 알고 지낸, 아니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우리.
그 동생과 일상적인 통화 중,
“언니, 잘 지내!”
라는 인사를 듣고 우리 관계는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게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마지막 인사를 듣기 전 그 동생에게서 크게 서운함을 느낀 적이 두 번 있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 필요할 때 나를 찾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 일들이 반복되었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커피 쿠폰을 보내며 “잘 지내?”라는 인사로 다시 다가왔다. 서운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또다시 그 동생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며 통화하고 지냈다. 그러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일방적으로 연락이 없고, 선물 쿠폰을 보내는 일의 반복. 반복되는 그 패턴이 싫었다.
축하할 일이 있어 그 동생에게 10년 전에 선물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도 그 비슷한 일이 생겨 그 동생이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연락이 없던 긴 시간들을 뒤로하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과연 그 일이 아니었으면 연락이 왔을까?
뭔가 빌리고 갚는 그런 느낌이 들었고 그것 때문에 연락을 한 것 같아 그 동생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선물을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음만 받을게.라고 말했다.
이 일이 그 동생을 서운하게 한 걸까?
이 일로 우리는 함께 보낸 20년을 뒤로하고 이젠 마지막 인사를 나눈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
만약 시간이 지나 또다시 “언니, 잘 지내?”라고 연락이 오면 그때 과연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나는 어떤 대답으로 그 동생을 맞이하게 될까? 나도 모를 나의 마음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언니. 잘 지내!”라는 이 인사말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따뜻한 인사인가?
아니면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정리의 인사인가?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아야, 언니는 너로 인해 용기를 얻었던 순간도 많고 위로를 받았던 순간도 많아.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소원해진 게 안타깝기만 해.
"지아야,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