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한 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by jjeong


“딸! 아빠 걸음마 운동 좀 같이 해.”

“넘어질 수 있으니까 옆에서 잘 잡고 걸어.”

엄마는 늘 그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를 잘 잡고 걸으라고 했는데 나는 아빠와 저만치 떨어져서 걸었고,

혹시 누가 볼까 봐 주변을 살피기에 바빴다. 16살 딸 시절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끄러웠다.

친구들이 볼까 봐 걱정스러웠고 어린아이같이 변해버린 아빠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친구들처럼 학원에 가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버거웠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가도 아빠의 저녁을 차려드리기 위해 집에 와야 했다. 저녁 밥상을 차려드리고 아빠에게 퉁명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아빤 왜 아파?”

……


아빠가 돌아가시고 내가 했던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나를 힘들게 한다.


30년 세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 말이 아프고 아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처럼 어려진 아빠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다시 한번 아빠를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아빠와 만날 수 있다면

아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은데.


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철없는 딸의 말에 서운했을까?


아니면, 아픈 까닭에

아이처럼 그 말의 의미를 모르고 지나갔을까?

아빠.

아빠 덕분에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딸이

아빠를 그리워해요.


보름달이 뜬 날은

달을 보며 아빠와 대화하고


비가 오는 날은

내리는 비를 보며

아빠와 마음 속 대화를 나눠요.



“아빠, 우리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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