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교외생활지도 구역에서
손님이 없는 조용한 날,
건너편 글램핑장은 온갖 네온사인의 반짝임으로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반짝임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해운대 뒷길에 숨어 있던
쇼윈도의 은은한 불빛이 떠올랐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진 그골목 불빛!
그 불빛은 지금의 네온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번쩍이며 다가온다.
고교시절 난 배짱 좀 있고, 공부 좀 하고,
적당히 반항적인데
바른생활 노선은 벗어나지 않는 학생이었다.
즉 친구들의 신뢰를 받았다는 말이다.
가끔씩은 그 신뢰를 제대로 써먹었다.
그 당시는 학생들이 가서는 안 되는 금지 구역이 있었다.
해운대, 서면 근처, 동시 상영 극장이 있던 초량 정도였던 것 같다.
"교외생활단속 할 거니 집에 바로 가라"
"예!"
"명찰 뺏기지 말고, 알겠냐?"
절대로 바로 집에 안 갈 친구들은 교실 뒤쪽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은 거의 법칙이다.
그래봤자 학교 가까이 분식집이나 책대여점을 들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날은 좀 대담하게 교외생활지도 구역인
해운대를 갔다.
종점에서 내려 질퍽한 검은 흙을 밟으며
바닷가를 향하는 발걸음은 조심스럽기도 했고,
뭔 큰 작전을 해내는 우월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야, 이건 뭔데?"
교복을 입은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걸릴까봐
뒷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쇼윈도 속에는 은은한 불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스쳐지나 가듯 보았지만
더러는 예쁜 언니가 쇼윈도 속에 앉아 있었다.
바닷가가 목표였던 우리는 예쁜 언니를 구경하며 골목을 지나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와, 바닷가에 왔어!"
우선은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었지만 아무런 뭐가 없었다.
누구 하나 말거는 사람도 없었고,
"여긴 학생이 왜 왔냐?"
질책의 눈길조차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는데,
조용히 아주 얌전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 선생님들이 뭣하러 해운대에 단속을 오겠냐"
시간일지 세월일지 얼마가 흐른 후,
해운대 그 뒷길이 없어지고
뭐가 생긴다나 어쩐다나 뉴스가 꽤 보도되곤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 뒷길을 다시 가봤지만
그냥 허름한 작은 집들뿐 있었다.
꽤나 환상적인 불빛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안다.
해운대가 왜 그때 선생님들의 교외생활지도 구역이어야 했는지를.
지금은 가덕도의 밤을 바라보며
작은 숙소, 프렌풀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