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10대 시절부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던 서울 변두리의
작은 번화가이다.
이곳의 큰 대로변에는 꽤 오랫동안
작은 가판대에서 떡볶이 등 간단한
분식류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지금도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하거나
홀로 그곳을 지나갈 때면
예전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26살 때의 일인데 그때는 조울증의
조증 상태가 심했던 데다
조울증이 뭔지도 모르던 시기라
스스로의 병식조차 없어
심하게 방황을 하던 때이다.
매일 밤 친한 친구와 함께 어울려 다니며
술에 절어 지내며
툭하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기 일쑤였고
싸움도 물론 많이 하였었다.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날 있는 돈은 그날 모두 술값으로 쓰며
처음 보는 여자들과 매일 밤 어울려 다니면서
쓰레기 같은 막장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시기에 가끔씩 술에 취한 채로
그 작은 가판대에서 떡볶이를 사 먹으며
일하는 아주머니와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조금씩 얼굴을 익히던 어느 날
여전히 술에 취한 채로 비틀거리며
떡볶이를 먹으면서
아주머니께 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머니는 남편이 있으세요?”
“응 있지. 속을 썩여서 그렇지..”
“아저씨를 지금도 사랑하세요?”
“아니.. 처음엔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살아ㅎㅎ”
...
하루는 술에 만취되어 빈털터리인 채로
아주머니를 찾아가 별 기대 없이
만원만 빌려줄 수 있으시냐고 물었고
그분은 마치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이
천사처럼 너무나 활짝 웃으시며
빛의 속도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주셨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천사처럼 웃으며 반갑게 빌려주시는
그녀의 모습에 술이 확 깨면서
그 돈이 가지는 값어치에 천 배 이상의
감동을 느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술에 너무도 만취되어 비틀거리면서도
먹은 음식들의 뒷정리를 하며
꼼꼼하게 재활용을 나누어 담는
모습들이 너무나 예쁘게 보였다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안고서
같은 시간에 하얀 봉투에 만 원짜리를 하나 담고
작은 꽃다발을 하나 사 들고 갔지만
아주머니 가게는 쉬는 날이라 닫혀 있어서
바로 옆에서 일하시는 다른 아주머니께
좀 전해 달라며 돌아왔었다.
그분께 전해 드리면 아실 거라고 말씀드리면서.
...
그 일이 있고 난 후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다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그 떡볶이 가게를 찾아가
“아주머니 죄송한데
저 만원만 한 번 더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표정이 굳은 채로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시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사실 이 가게는 옆 가게와 함께 모두
한 명의 사장이 따로 있으며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뿐인데
지난번 일로 인하여
마치 가게의 돈을 자신이 손님에게
빌려준 것처럼 되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러시며 말씀하시길
사실 처음에 만원을 너에게 자신의 돈으로
빌려줄 때는
절대로 갚으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준다는 마음으로 빌려준 것인데
네가 그렇게 할 줄 몰랐다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아주머니께 너무나 죄송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주머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엔 다른 아주머니가 계셨고
말씀을 물어보자
그분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지인인데
자기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잠시 쉬는 동안 대신 일해준 거라며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작은 가판대 가게에서는
원래 일하던 그 아주머니가
여전히 떡볶이를 팔고 계시고
가끔씩 그 길가를 지날 때면
그분이 생각난다.
비록 작은 돈이었지만
사람에 대한 상처로 속이 가득 곪아 있던
당시에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었던
기억 때문인지
그 길을 지날 때면
그 아주머니를 생각하며
보고 싶어 지곤 하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