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3년을 보냈다
남은 건 감당하기 힘든 빚뿐이고
잃어버린 자신감과 쉽게 극복되지
않는 극심한 무기력감과 팽배해질 대로
커다래진 우울감만이 마치 흉터가 되기 전
상처처럼 남아 있다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던 성격은 빌린 돈을 빨리
갚지 못하며 온몸 이곳저곳에 바늘이 하나씩
더해가며 꽂힌 채로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것에 미쳐 정신을 차리는 데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그래도 언제나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는 성격 탓일까
글을 쓰는 지금 모든 게 최악인 와중에도
그 버려진, 아니 한참이나 후퇴해 버린
3년이라는 시간에서도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곱씹어 보려고 하는
본능적인 긍정도 함께한다
하루 한 갑을 피우던 담배가 세 갑이 된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그마저도 담배 살 돈이
없어 꽁초마저 골라내어 아껴 피우던 것이
반복되던 어느 순간에는 한 친구가 떠올랐다
6~7년 전쯤 그림만 그려 보려고 넣어 두었던
적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 3000만 원을
빌려준 친구가 있었는데 3~4년을 독촉 없이
기다려 주었으나 나의 독촉이 시작되던
순간에 담배 피우는 그를 보며 술에 취한 채
말했었다
“넌 담배 피울 자격도 없어.”
그 친구는 그때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입장이 바뀌어 보니 그때의 일이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었다
담배는 피워야겠더라
담배는 못 끊겠더라
라고 말하면서…
물론 그 친구는 4년여에 걸쳐 한 달에
한 번씩 여유가 될 때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모든 돈을 나누어서 갚아 주었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아무런 서류도 작성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빌려준 돈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돈을 갚기 전
그 친구는 개인회생을 하여 어차피
모든 채무를 정상적으로 갚을 필요는
없었으나, 그조차도 무관했던 내 돈을
나누어서라도 모두 갚아 주었다
물론 난 그 돈을 다시 모으지 못했다
사실 꽤나 오래 그 친구가 미운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갚아 준 것만도 다행이긴
했지만 힘들게 모아 두었던 목돈을
다시 모으는 게 힘이 들었다
특히나 나처럼 조울증이란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이는 살며 목돈을 모으는 게
일반인보다 훨씬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때는 그림이란 꿈 하나만을 생각하며
정말 이 악물고 악착같이 모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 녀석은 대단하다
힘든 와중에도 나누어서라도
다 갚아 주었고 지금도 친한 친구이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며
소소하게 친구에게 조금씩 빌리고
바로바로 갚은 적은 있어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며 살아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5년 전 결혼할 때 존경하던 선생님에게
월세방 보증금으로 600만 원 정도를
빌렸다가 1년 후쯤에 갚았던 일을 빼면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산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남이 힘든 건 못 보는 성격 탓에
누가 빌려 달라고 말을 안 해도 먼저
나서서 도와주거나 안 갚아도 되니까
힘든데 그냥 주는 돈이니 너 써라 하며
그냥 준 돈만 해도 꽤나 되며
빌려주고 못 받은 돈만 해도 이래저래
천만 원은 되는 듯하다
그러다 3년 전부터 뭔가에 미쳐
삶이 망가지면서 1년여 전부터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음을 새로이 다잡고
우선 빚부터 갚기 위하여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택배 일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이 좋지 않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차를 할부로 지입 하여 화물운송자격증
시험을 보고 배정을 받는 대로
택배 배송 일을 시작하려 한다
우선은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근래에 수도 없이 자살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나 자신이 무너졌었다
나라는 사람이 무너졌었다
어떤 존재의 영혼이 무너졌었다
심할 때는 죽는다는 것이 더 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때는 사람이 정말 이렇게 죽는 거구나
싶었을 정도로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 사랑하는 아내를 혼자 두고서
떠난다는 사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 후로 힘든 일이나 힘든 상황에 처할 때면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죽으려고도 했었는데 뭐… 힘내자
할 수 있어.”
진심이었다
까짓 거 진짜 죽으려고도 했었는데
뭔들 못 하겠냐며
지금의 무기력하고 의욕 없이
없는 힘까지 꺼내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는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말해 주고 싶다
“죽으려고도 했었는데 뭐… 힘내자
할 수 있어.”
아직 끝난 거 아니야라고.
할 말이 많은가 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
그도 아니면 외로운 새벽인가 보다
그림을 그릴 때도 그렇지만
글을 쓸 때도 보통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싶으면 설사 미완성이라도 붓을 놓거나
펜을 놓거나 타자를 멈춘다
그런데 지금은 저장 버튼을 누르고서
다시 글을 쓴다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감이
감당하기 힘든 새벽 이어서일까
소망해 본다
비에 젖고 진흙탕에 뒤범벅된 채
개똥밭에 뒹굴었던 그 3년이라는
시간이 나라는 사람의 영혼을
쇠로 담금질하고 천도가 넘는
용광로에서 흙을 구워 도자기를
만드는 시간이었기를,
앞으로 30년을 넘게,
멋진 작품 같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하여
지나온 3년을 망치질하고 대패질하여
두드리고 다듬어 온 시간이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였다고
잘 참고 버티고 이겨내 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를 위하여,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는 거라고
힘들어도 슬퍼도 의욕이 없어도
무기력해도 죽고 싶어도
사랑하는 사람 보면서 이겨 내고
봄이 오면 낚시 떠날 생각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