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설희의 차는 커피를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점심을 먹든 마치 깔때기처럼 사람들의 이야깃거리 중심이 되어버렸다.
“윤하 씨. 그거 맛이 어땠어?”
“그게 한약 냄새가 지독한데 전혀 한약 맛이 아니었어요. 삭힌 고기 맛도 나고. 여하튼 비릿하고 토할 것 같은 이상한 맛이 났어요.”
“그래? 신기하네. 약재를 넣고 달였다고 했는데? 부장님은 어떠셨어요?”
“몰라. 생각도 하기 싫어. 텀블러를 씻기는 한 건지 하수구 맛도 나는 것 같고. 하여튼 비위도 좋아. 그런 걸 어떻게 매일 먹어.” 부장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알아? 설희 씨 조울증이래.”
“정말?”
“그렇다니까. 저번에 다니던 회사 직원을 아는데 그 사람이 그랬어. 웬 여직원 스토킹하다가 걸렸다고. 그래서 인사위원회 열었는데 자기가 조울증이라고 그랬대.”
“어쩐지, 사람이 이상하더라.”
“그거 알아? 설희 씨 차는 고양이 뼈로 만들었대.”
“뭐? 미친 거 아냐?”
“아냐, 내가 전에 들었는데 텀블러를 안 씻어서 뇌수막염에 걸렸었대. 그래서 의사소통 장애인가 뭔가라는 정신병이 생겼대.”
“그래? 어쩐지 정상은 아닌 거 같더라니….”
그렇게 이야기는 잔혹한 쾌감 속에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한없이 지어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차에 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5년을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던 설희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루아침에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버렸고 음식물 쓰레기나 죽은 동물의 사체를 달여 만들었다는 소문부터 토사물을 발효시켜 끓였다는 억측까지 갖가지 수군거림이 난무했다. 물론 설희의 자잘한 분주함이 사무실의 여러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었다는 고마움은 어디에도 없었다.
차는 전설 속의 황제인 염제라는 신농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식경(食經)』에 의하면 '차는 오래 마시면 힘이 나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신농이 여러 풀을 일일이 먹어보다 바람에 날아온 잎을 먹고 위장을 씻었다고도 하고, 독초에 중독됐었을 때 해독제로도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설희가 신농의 효력을 기대하고 차를 마시는 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무료하던 지루한 사무실에 잔잔바리 재미와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의 효능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도 분명했다.
“윤하 씨. 나 좀 봐요.” 드디어 설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윤하는 짐짓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설희를 따라나섰다. 복도 끝자락에 마주 선 둘은 설희의 차처럼 이질적이었고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내 텀블러를 왜 만졌어요.?” 설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있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으며 몸에서는 시큼한 쉰내도 풍겼다.
“그냥 호기심에…. 죄송해요.” 윤하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설희보다 더 작은 목소리를 대답했다. 설희는 그런 윤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남겨진 윤하는 그녀의 입 냄새와 몸에서 풍기는 쉰내를 떠올리며 또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