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사회

by pyj


캠퍼스에는 다양한 언어가 공존한다. 익숙하게 들리는 영어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언어들까지, 마치 노래와 악기처럼 귓가에 스며든다. 국내 외국인 인구는 이미 148만 명을 넘어 웬만한 대도시 규모에 이르렀고, 많은 지방 대학은 이들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백인과 흑인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 우리 곁에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을 보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가 더 드물 정도로 세상은 복잡해지면서도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Karl Raimund Popper는 인종과 혈통을 과학적으로 부정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시오니즘을 반대하며 세상을 연역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또한 세계의 경계나 가치들은 반증 가능성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형이상학이나 윤리 명제들은 과학적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물론 그의 관점은 현상을 지나치게 과학적으로만 이해하려는 한계를 지니지만, 세상을 구분하고 우열을 나누려는 일방적 인종주의에 반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 부합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캠퍼스의 학생들은 스스로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상적 내셔널리즘’에 익숙하다. 때로는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인종차별적 농담도 유머로 받아칠 만큼 여유가 있다. 자학개그(self deprecating joke)처럼 보이는 국적·외모 관련 대화도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밈처럼 캠퍼스 문화 속에 녹아든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19만 명이 넘는 외국인 대학생이 있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친구이자 동료가 되었고, 그들과 함께하며 편견과 선입견을 벗고 다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렇기에 세상을 배우려, 혹은 위험을 피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을 찾은 수많은 학생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언행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려운 건 어디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들의 국적과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본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