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pyj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처럼 부산하지는 않지만, 떠나기 전의 설렘만큼은 여전하다. 캐리어 속의 과함은 어느새 단순함으로 바뀌었고, 무사귀환을 조금 더 빌게 되는 것도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삶은 앞으로 살아가지만, 이해는 뒤돌아보며 이루어진다”라고 하였다.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고, 멈춤이 되며, 때로는 허세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만큼은 모두에게 비슷하다. 그리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은, 떠나는 두려움을 희석시킨다.


흔히,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당히 떠나려는 용기도 쉬이 내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너나없이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도피가 아니라, 숨을 고르기 위한 멈춤이라 위로하며 유명한 곳이나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습관의 총합”이라고 하였다. 매일의 관계, 일, 사람, 언어에서 벗어난 여행은 그 습관을 흔든다. 그리고 자동으로 살아오던 삶을 멈추어 의식적인 선택을 시작하게 한다. 여행은 일상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인 듯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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