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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yj Aug 20. 2024

내현적 자기애

  내현적 자기애(convert narcissism)는  취약한 자기애(Vulnerable Narcissism)라고 한다. 나르키소스처럼 극단적인 자기애의 또 다른 형태이다.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내가 가진 취약함을 절대 드려내고 싶어 하지 않는 나르시시즘, 이것이 내현적 자기애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약함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타인을 경계하고 늘 노심초사한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친절하지만 누구보다 불안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자기제시이론(self-presentationtheory;Leary,1982)이 있다. 이것은 보여주고 싶은 나(자기제시동기)와 내가 할 수 있는 나(자기제시기대)에 관한 것으로 그 사이가 멀어질수록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자아가 강한 사람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주춤하는 것, 그래서 자기애가 내면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 자기제시이론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내면에는 사회에 대한 쓸쓸한 두려움이 숨어있다고 한다. 물론 다수의 사람들은 이상 속의 자신을 부정하고 현실의 자아를 받아들이지만 내현적 자기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되고 싶은 나, 내가 살아야 하는 현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아직도 비혼출산은 손가락질 받고, 이혼은 집안의 수치이며 동성 간의 사랑은 지옥불에 던져질 죄악이다. 피부색과 언어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외모가 목숨보다 중요하며 상대를 이기려 항상 목소리 높여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나하나 보호하기도 버겁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혼자가 편해지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내게 가해지는 조그마한 손해도 참을 수가 없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는 선택권은 줄어들고 사는 것이 팍팍해진다. 외현적이든 내현적이든 자기애가 건강하게 받아들여지려면 사회는 열려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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