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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yj Aug 20. 2024

지금도 살아가는 중

  지금도 나는 하루를 버티며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오후의 시원한 바람이 좋고, 나란히 걸어줄 누군가가 있어 따뜻하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귀여워 웃음도 지어보고 목마름을 잊게 해 줄 시원한 물도 마셔본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욕하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꽁초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그나마 준법정신이 있다며 스스로 우쭐하기도 한다. 미루던 책도 읽고 시원한 커피도 마시면서 쌉쌀하고 포근한 향에 취해도 본다. 이런 별거 아닌 일상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과 싸워던가?           

    

 사람들은 불안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것이 불안을 낮추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립을 우울을 부추길 뿐이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처음 들어보는 감염병의 시기를 지나왔다. 이 시기동안 고립된 사람들은 쓸쓸했고 전 세계 우울증 유병률도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싫으나 좋으나 우리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로빈슨 크루소도 Friday가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따뜻한 어느 날은 산책을 하고, 비 오는 어느 날은 술에도 취해보고, 눈 오는 어느 날은 로맨틱한 만남을 기다리며 그렇게 밖으로 나와 세상 속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뜻한 어느 날은 쓸쓸함이 드러날까 두렵고, 비 오는 어느 날은 눈물이 차올라 싫고, 눈 오는 어느 날은 누구보다 외롭다.                

  그래도 나는 밖으로 나가고 있다. 창백한 흰색보다 알록달록 화려한 운동화를 신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길을 나선다. 오늘 내 발걸음을 함께할 강아지와 보폭을 맞추고 음악소리도 낮추어 세상의 잡음도 들어본다. 그렇게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세상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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