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월이 지고 있는 내 얼굴을 마주할 때, 그 모습이 마냥 서러워 무작정 문 앞을 나선다. 나의 시간들을 업신 여기 듯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일상이 새삼 잔인하게도, 씁쓸하게도, 그리고 다행이다 느껴지는 날이다.
가지고 갈 것 아무것도 없다 해도 갖지 못한 것들이 아쉽고, 잊지 못할 것은 없다 해도 미련들이 발목을 잡는다. 인생은 어디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답답하지만 풀고 싶은 의지도 능력도... 자신도 없음이 서럽다.
나는 그냥 걷고 싶다. 이렇게 머저리로 살았어도 아직은 남아 있는 허세에 어깨를 펴고 무작정 걷고 싶다. 내가 살아서 밟았던 수많은 길 속에서 아직은 걸어보지 못한 길이 있다는 것에 작은 만족감을 내어보고 아직은 남아있는 식탐에 구멍가게에 숨어들어 허기도 달래 본다.
누구보다 잘 살지는 못했어도 누구보다 치열했음에 위로받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세상을 향해 그저 무작정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