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한글이 국제 표준 발음기호로 채택된다면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까요?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봤을 때, 기존의 한글로는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한글과 한국문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각 민족들은 그들에 맞는 문화를 각자 긴 시간동안 발전시켜 왔습니다. 문화의 우수성을 논하는 건, 상대에 대해 다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애국심? 좋죠. 민족주의?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물안의 개구리들의 주장으로 끝났을 때에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겁니다. 우물 밖의 거대한 세상에서 여전히 힘을 과시하고 싶다면, 무엇이 부족한 지 먼저 알고, 그 능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수많은 외부 인물들이 모두 인정하는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세계인들은 그 우수성을 인지도 못하고 있고, 그러한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에게 가시적인 이득을 제시하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한글을 접할 이유도, 한국에 대해 알 이유도 없을 겁니다. BTS가 한국을 알리고 한국 드라마와 한류가 큰 역할을 했지만, 아직 자만하기에는 너무나 모자랍니다.
최근 십수년 간 한국의 출산률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구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한국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을 이어나갈 후대가 사라지는 시점에서 개인의 시간을 희생하며 한국을 알리고 한국어를 교육하는 (저를 포함한) 외국의 교육자들에게 한국이 발전하고 잘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유일한 보상이 됩니다.
또한, 한국이 멸망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이민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쓰지 않고, 한글을 쓰지 않는 외국인들로 채워진 한국이 과연 한국일까요? 그들에게 한국어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만이 한국이 한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한국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낫다고 강요하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일까요? 우리가 정말 중국과 일본 문화, 태국의 문화, 몽골의 대제국의 역사, 미국의 힘보다 더 나은 무언가로서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한국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까?
네. 물론 있겠죠. 그 가치에 동의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하지만 강요된 존중은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의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일정 수준 이상의 "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수를 늘릴 수는 있죠. 바로 파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그 비율이 뱉어내는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방법 말이지요.
저는 수 많은 좋은 아이디어들 중 한 가지, 한국이 가진 수 많은 것들 중, 거의 유일하게 반론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유산인 한글을 최대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알리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세계 언어의 발음기호로서의 역할이 조금 큰 야망일지는 몰라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이전에 우리 한국 학생들의 외국어 학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로 공부하는 외국어, 그리고 그 외국어의 발음이 끝내준다는 칭찬을 들을 우리의 학생들을 생각해 보세요. 너무 가슴 뛰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