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에도 한계는 있다?
앞의 성조의 예에서 처럼, 훈민정음이 모든 소리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언어에 대한 이해도, 외국어에 대한 노출 빈도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그 정도의 유연성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모든 글자를 완벽히 표현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자음으로 검색하면 아래의 표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초반에 제가 생각했던 "한계"는 반치음이 th, v, f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때 생각했던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부 잘 알려진 언어들(일본어,중국어,영어,독일어)에 대해서는 기존의 훈민정음으로 꽤나 좋은 발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훈민정음의 유연성과 확장성에 다시 한 번 감명받았죠... 모로코 친구에게 내가 못 할만한 아랍어 발음을 말해 보라고 하니 "목구멍에서 긁는 듯하지만 'ㅋ'와 'ㅎ' 중간의 발음을 내더군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알아보니 이미 사라진 자음인 ㆆ(여린히읗)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듣기도 쉽지 않고 발음은 더더구나 쉽지 않지만, 그걸로 거의 모든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니, 감계가 무량했습니다.
그래서 위 테이블에 있는 모든 언어의 "가능한 발음영역"을 다 살펴보기 전에는 훈민정음의 한계는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일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 뒤에 숨어있는 구강의 모습과 발성 방법에 따른 글자의 형성은 이러한 한계를 한계가 아니라 단지 version up 의 문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사실, 훈민정음의 한계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만일 어떤 소리를 우리가 훈민정음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건 어쩌면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처음 창제하실 때 후대에 맡겨놓은 손쉬운 과제일 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한 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