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송현 Oct 29. 2024

글로벌 발음기호로서 훈민정음의 가능성(4)

퇴보가 아닌 발전이 필요하다

퇴보가 아닌 발전


저는 여기서 훈민정음을 되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이지요. 한글은 그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한글의 창제 원리는 우리에게 수 많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한글 학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금의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평가 절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한글과 한국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공문서나 공식 자료의 표기 측면에서 언어의 표준화는 불필요한 통역에서 오는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에 있어서 조금 더 생각할 수는 있었지 않나, 하고 조심스레 대신해서 회고해 봅니다.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우리는 회고와 반성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의 측면에서 배우는 이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가장 큰 목적, 과거의 문물을 후대에 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문물이 가진 장점을 잘 이용하여 그것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목적을 생각해 보면, 예외가 더해지고, 역사가 더해지고, 그 어원을 이해하는 데 더욱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지식이라면, 한 번 쯤 되돌아보고 더 간단하고도 더 강력해지기 위해 고치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다" 의 기본형은 교육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대신, 본래 단어의 받침 같은 본래 단어의 발음은 그 단어 자체로 발음이 가능해야 합니다. (예> "많다" 대신 "많[만ㅎ]", "빨갛다" 대신 "빨갛[빨가ㅎ]" )


받침은 그대로 발음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실제 문장에서 받침이 연음법칙에 의해 다르게 발음되더라도, 한 글자를 발음할 때는 예외 없이 발음 되어야 합니다. (예> 갓: [갇] 대신 [가ㅅ], 같: [갇] 대신 [가ㅌ])


ㅇ과 ㆁ(꼭지이응/옛이응)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ㅇ은 목구멍을 열고 내는 소리이지만, ㆁ은 목구멍을 닫았다고 여는 다른 소리입니다. 강아지를 발음할 때, 가-다음에 나는 소리가 꼭지이응 소리 입니다. 이는 중국어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소리입니다. 우리 말에서 굳이 있는 소리에 대한 문자를 사용하지 않을 필요가 없습니다. 강아지의 발음을 꼭지이응으로 표기하면 [가 ㆁㅏ 지] 가 됩니다. 최소한 주먹구구식으로 [ㅇㅇ]을 ㆁ로 발음한다고 하기보다 정확한 연음법칙으로 "ㅇ[받침]ㅇ[초성]은 ㆁ로 발음한다"와 같은 연음법칙이 있어야 합니다. ㆁ부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초성 자음에서의 겹자음 한계는 사라져야 합니다. 어떠한 자음이라도 겹자음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어야 세계화 시대에 한글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sky와 같은 발음에서, 기존 한글에서는 [스까이]라고 발음하지만, [ㅡ]가 들어간 [스]는 바르지 않은 여분의 음절을 발생시킵니다. 올바른 표기가 되기 위해서는 [ㅅ카이] 혹은 [ㅅ까이]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이 쓸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시스템에서 교정 알고리즘을 넣는다고 했을 때, 모음 없이 자음만 있는 경우 복잡성이 증가하고, 2byte로 해결될 수 있는 문자에 4byte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말이 한 글자 당 한 음절을 나타낸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어가 여러 언어 전반에 걸쳐 사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각 단위 요소 당 구강 구조와 발성 등의 설명에 위반 된 발음은 모두 교정 되어야 합니다. 만일 단어와 발음에 차이가 있을 시, 어원과 가까운 쪽으로 교정 되어야 하며, 교정이 되기에 실제 사용과 너무 동떨어진 경우, 실제 사용 시 발음은 사투리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싫어요"라는 표준어에 대해 사투리로 "일업슈" 라고 말했을 때 "일업슈"가 표준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문어체로 그대로 쓰기는 합니다. 문어체를 표준어로 바꾸는 수많은 "표준어 교정"은 한국어 교육에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있습니다, 없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90년대 말에 교정된 표준어로서, 이전에는 "있읍니다,없읍니다"라고 표시했습니다. 이는 "있"과 "없" 이라는 기본형에 "읍니다"를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읍니다"를 "습니다"로 고치면, 연음법칙에 복잡도가 생깁니다. "있습니다"는 [잇씁니다]로 발음되지 않고 [이씁니다]라고 발음됩니다. 여전히 쌍시옷입니다. 3시옷이 아닙니다. 한글의 수학적 아름다움이 훼손된 겁니다. "없습니다"도 마찬가지 입니다. [업습니다]로 발음이 충분합니다. 실제도도 그렇게 발음합니다. 그런데 [업씁니다]가 되었습니다. 발음 상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만, 더 간단할 수 있었던 것이 복잡해 졌습니다.


사라진 자음을 되살리거나, 기존 한글에서 고려되지 않던 구강 모습을 본딴 자음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단, 기존의 한글 자음 원리와 비슷하다면 조합으로 해결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의 혀를 굴리는 소리의 경우, ㄹㄹ과 같이 쌍리을과 같은 자음은 누구나 짐작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랍어에서 혀를 뒤로 붙이고 'ㅋ'와 'ㅎ' 중간 발음을 내는 소리가 있는데, 이는 ㆆ를 되살림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ㆆ의 소리는 추정을 하고 있지만, 훈민정음의 "은 청탁의 구별에서 전청이고 조음 위치로는 목구멍소리로 설명하고 있어서 성문 파열음으로 그 음가를 추정하고 있다."는 설명은 이 아랍어의 발음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이미지와 미디어를 이용한다면 어려운 발음을 표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인공지능의 언어훈련에 한글 이용 가능성을 다룹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