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기회

by 서담

“진로에 대해 누구랑 상의해요?”


15년 전쯤, 취업 면접에서 한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수많은 질문이 오갔지만, 그중 이 질문이 유독 선명하게 남았다. 왜였을까. 정확히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당신은 자질도 충분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이룬 건 많지 않네요.”


면접관이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아들인 메시지는 그것이었다. 따뜻한 질문인 듯하면서도, 차갑게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종종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조금만 밀어줬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나를 조금만 지지해줬다면?

조금만 기회를 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그 질문은 돌고 돌아 나에게 왔다.


가장 나를 믿지 못했던 사람은,

가장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은 아닐까.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잘해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떠밀려 ‘안전한 포기’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끝까지 묻지 않고 절반쯤에서 그만두었던 것을 내내 후회했다.


그러나 이제는,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후회하는 건 많은 고민 끝에 그 선택을 한, 그 때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럴 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 지금의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때의 나는 그랬던 것이다.


조금 더 자란 나는 알고 있다.

가장 먼저 상의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나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머뭇거릴 때마다.


“나에게 기회를 줘. 나를 믿어줘.”

아무도 보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나를 응원한다.


오늘을 살기로 한다.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분명 고마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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