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서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점 세 개.

작가는 이 구두점 하나에 유독 집착했다고 한다. 물음표가 아니라, 반드시 말줄임표여야만 한다고.


나는 프랑수아즈 사강을 꽤 어릴 적에 처음 들었다. 그때는 작가가 아니라 연예인 ‘사강’을 통해서였다. 작고 예쁜 얼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 연예인의 활동명이 ‘사강’인 이유가, 기획사 대표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팬이기 때문이라고 방송에서 말하는 걸 들었다. 그게 아마 나의 첫 ‘사강’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스의 천재 작가. 감각적인 문장들.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다들 이견이 없는 듯했다.


민음북클럽에서 고른 책들 중, 이 책은 가장 먼저 읽어야지 마음먹었던 작품이다.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니, 어쩌면 많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이야기.


오래된 연인인 폴과 로제.

그리고 14살 연하의 시몽.

25살의 매력적인 연하남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다가오고, 로제와 달리 폴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폴은 그런 시몽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태도에 조금씩 흔들린다. 그 감정의 균열, 미세한 흔들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조심스러운 기류는 너무도 정교하고 몰입도 있게 그려진다.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로제는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게 처음도 아닌 듯하고, 폴은 시몽의 직진에 결국 마음을 연다.

그리고… 결말.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프랑스 예술과 그 정서에 큰 애정을 느끼진 않는다. 그들의 자유분방함, 때로는 예술로 포장된 도덕적 해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데도, 사강의 글은 정말 매혹적이다.

심리 묘사, 인물 간의 감정선, 숨은 갈등을 잡아내는 감각은 정말 부러울 정도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게, 너무 부러웠다.


아무리 프랑스의 정서가 낯설고 이해되지 않아도, 사강의 문장은 그 모든 걸 넘어서게 했다.

결국, 나도 조용히 그 말줄임표 하나에 머물러 버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폴의 심리가 담긴, 정말 대단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을 읽는 내내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시몽을 좋아하세요…”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그렇게 머리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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