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좋다. 계절마다 옷을 넣고 꺼내는 일은 번거롭지만, 그 계절에 어울리는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 좋고, 제철 과일과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20대에는 여름이 좋았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고 땀도 적게 흘리는 편이라 여름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낮이 길어 하루를 더 길게 살 수 있는 느낌이 좋았다. 언젠가 하와이 같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30대에는 가을이 가장 나았다. 어린아이를 키우던 시절, 봄은 황사 걱정에 마음 놓을 수 없었고, 여름은 모기에 물릴까, 에어컨 바람에 감기 들까 신경이 곤두섰다. 겨울은 너무 추워 놀이터에 나갈 수도 없었다. 그나마 가을은 괜찮았다. 단풍이 물든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고, 아이들과 함께 낙엽과 작은 열매를 들여다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마흔이 되었다. 다시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요즘은 봄이 좋다. 겨울을 이겨낸 봄. 긴 시간 준비한 끝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계절.
계절을 되짚다 보니, 지금 나는 봄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견디고 다시 피어나는 그 순간이, 요즘의 나와 많이 닮아 있다.
계절이 바뀌듯 나도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