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리더기를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 들였다.
여러 후기와 영상을 꼼꼼히 비교한 끝에 선택한 제품은, 초경량을 자랑하는 크레마페블. 6인치, 139g.
받아보니 너무 귀엽다. 한 손에 쏙 들어오고, 무게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처음엔 답답했다. 폰 사용에 익숙해서인지 초기 설정할 때 느린 속도와 잔상은 꽤 거슬렸다. 하지만 세팅이 끝나고 나니, 너무 좋다.
늘 책 두세 권을 들고 다니느라 어깨가 무거웠는데, 이 깃털 같은 기기에 여러 권을 담고 다닐 수 있다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복잡한 곳에서도 인덱스나 펜 없이 바로 하이라이트가 가능하다. 한눈에 수집된 문장들을 볼 수 있다. 폰이나 패드로 볼 때보다 눈 피로도 확연히 덜하다.
나는 사실 책의 물성을 사랑한다. 종이 냄새, 질감, 책장 넘기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책의 일부다. 하지만 이북리더기에는 그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편리함이 있다.
평소 즐겨 사용하던 부커스 앱을 설치하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 같은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진 않지만, 부커스에 있으면 읽고, 없으면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종이책으로 구매하면 된다. 읽을 책이 넘친다.
거실에는 책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정리를 했다. 문학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지만, 비문학은 지식의 반감기가 있다 보니 몇 년 지나면 무용해지는 경우가 많고, 되팔기도 어렵다.
이제는 책도, 삶도 미니멀하게 하고 싶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확실히 느낀다. 시간도, 에너지도 유한하다. 잘 살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나는 지금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이 시절에 맺어야 할 열매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