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밤, 사랑을 필사하다

by 서담


오늘은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는, 쓰지 않았고, 쓰지 못했고, 쓰고 싶지 않았다.

하루 종일 ‘써야 한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손끝은 무거웠고, 마음은 조용히 도망치고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오니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오늘은 이미 늦었어.

하루쯤은 안 써도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았다.


민음북클럽으로 받은 잡동산이의 『쓰는 존재』를 꺼냈다.

필사책인데, 한 장 한 장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글을 쓰진 못해도, 필사를 하며 마음을 적시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한 구절이다.


“그저 한 우연한 순간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사랑해야 한다.

순간적인 사랑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심지어 악당조차도 그런 사랑은 하는 법이다.”


‘영원토록 사랑해야 한다.’

이 문장을 쓰며 손이 멈칫했다.

참 어려운 말이다.


인간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우리가 유한하기 때문이고,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의 문장도 넘겨 본다.


“왜냐하면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운이 없는 것이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니까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가 그 불행으로 죽어가고 있다.”


사랑하지 못하는 불행.


그래서 오늘,

사랑하기로 한다.

한 순간만이 아니라, 영원토록.

사랑하는 존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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