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D-1.
도서전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는 인파가 너무 많아 고생했다는 후기들을 보며, 이번에도 그냥 온라인 후기만 보며 대리 만족해야지, 하고 마음을 접으려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날도 나 혼자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심으로 평일에, 혼자, 무언가를 향해 떠나는 일. 육아와 일상 속에서 흔치 않은 그런 순간 말이다.
얼리버드 예매는 이미 해두었고, 오늘은 부스 배치도를 출력해서 꼭 들러야 할 동선을 체크해봤다. 후기를 참고해 필수 준비물도 꼼꼼히 챙긴다.
편안한 신발, 큰 가방, 그리고 간식거리.
사실 별것 없는 준비지만, 마음만은 꽤 비장하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출발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오픈런에 도전할 예정이다.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굿즈들과 한정판 책들, 부스에서의 순간들을 꼭 담고 싶다.
나는 원래 덕질이란 걸 깊이 해본 적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간 동안은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한 마음은 차곡차곡 접어두고 살아왔다. 친구들은 여행도, 콘서트도, 페스티벌도 즐기지만, 나는 도무지 그런 데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다.
이 더위, 이 거리, 이 인파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자는 말도 못 하고, 그냥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것을 알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과 출판사, 부스들. 그 안에 내가 사랑해 온 세계가 있으니,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향해 오늘 설레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을 기다리는 이 밤, 조금 들뜨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