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D-day.
늦잠을 잤다. 아이들을 보내고 곧장 출발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삼십 분쯤 늦어졌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가방이 무거워질 예정이기에 책 대신 이북리더기를 챙겼다. 이럴 때를 위해 산 거니까. 잘했다, 나.
코엑스 역에 도착하니, 나처럼 백팩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이들이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같은 취향, 같은 열정. 사전 예매를 했지만 입장은 선착순이었다. 예상보다 길게 늘어진 줄에 잠깐 당황했지만, 괜찮다. A입구로 들어갈 생각으로 동선을 짜왔지만, 안내에 따라 B입구로 향해야 했고, 동선은 살짝 꼬였지만, 그래도 괜찮다. 차분히 기다려 입장 팔찌를 받았다.
무제 부스에서는 예기치 않게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 배우 박정민 대표님이 직접 부스에 나와 계셨고,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가까이 다가가서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직원분들의 친절함 덕분에 긴 기다림도 불편하지 않았다. 미리 주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셔서 기다리는 동안 검색도 해보고, 주문서도 작성해 두었다. 덕분에 부스 안에서는 물품을 빠르게 받고 나올 수 있었다.
민음사 부스는 인산인해였다. 천천히 책을 살펴보기엔 무리였고, 인기 굿즈인 키링을 얼른 구매하고 나왔다. 아이들에게 하나씩 줄 고운말 키링 두 개, 그리고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선물할 독서단 키링 여섯 개. 키링 하나하나에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그 후에는 마음 편히 다양한 부스를 둘러보았다.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오래 머문 부스도 있었고, 기대했지만 금세 나와야 했던 부스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냥, 모든 게 괜찮았다. 그만큼 즐거웠다.
간식으로 나눠주신 초코바로 허기를 달래고, 텀블러에 담아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간간히 쉬었다.
너무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님의 대담도 들을 수 있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님도 멀찍이서 뵐 수 있었다. 평소 즐겨보던 북튜버 몇 분도 마주쳤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신도 좋아하는군요.
그 이유만으로 연결되는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듯한 그 느낌.
이렇게 나의 첫 서울국제도서전은 기쁨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오가는 먼 길도, 구입한 책과 굿즈로 무거워진 어깨도, 많이 걸어 아픈 다리도. 그냥, 다 괜찮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