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 첫 문장.
그 글을 읽었을 당시, 나는 아직 안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안개란 어떤 모습일까.
그로부터 한참 후, 안개 낀 아침을 처음 마주했을 때, “오!” 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안개는 자욱했고, 나는 그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조개를 캐러 간 바닷가, 선재도에서.
일주일 내내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했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물때인 7시 반에서 9시 반까지만 안 오면 된다.
새벽 5시 30분, 민서가 먼저 깨어 방에 들어와 불을 켜며 외쳤다.
“모두 기상!!!”
민서가 이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알기에, 모두 부스스 눈을 뜨고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길을 나섰고, 갯벌체험장에 도착해 장화를 신고,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다.
팍팍 파니 동죽이 껍질을 드러냈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동죽은 물총도 쏘았다. 갯지렁이, 갯고동, 칠게, 밤게… 갯벌 생물을 보며 아이들은 신났다.
서준이는 조개 채취엔 관심 없고 자기만의 ‘공사 현장’에 푹 빠졌다. 바구니를 다 채우고도, 그곳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바닷물에 뻘을 씻어내고, 가져간 아이스박스에 조개들을 담았다. 자연스럽게 해감도 되었다.
해가 중천에 뜨기 전, 우리는 전망 좋은 바닷가 카페에 들렀다. 안개가 해를 가리고 있어서 바닷가 공기는 조금 으슬으슬했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마치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흐릿한 수평선과 고요한 파도가 보였다. 잠깐이지만, 현실을 벗어난 듯한 기분.
커피의 온기가 마음까지 번져왔다.
해변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아이들은 모래를 밟으며 장난을 쳤고, 예쁜 조개 껍데기를 주머니 가득 주웠고,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용하고 흐릿한 풍경, 부드러운 바람,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순간이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온 가족이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8살, 11살인 아이들은 낮잠 한 번으로 체력 리셋 완료. 오후엔 놀이터까지 다녀왔다.
반면 40대 부부는 여전히 골골… 웃음이 났다.
1차 해감한 동죽 봉지를 이웃과 나눴더니, 돌아오는 길엔 간식을 한가득 받아왔다.
저녁 메뉴는 남편표 술찜과 파스타.
바다 안개에서 시작해, 커피향을 지나, 이웃과의 정으로 이어진 하루.
피곤했지만, 행복하고 알찼던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