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에서 만난 반딧불

by 서담

#공개수업


남편이 반차 내고 함께 아이들 공개수업에 갔다. 민서 서준이 시간이 겹칠까봐 그랬던 건데, 다행이 2교시 3교시 시간이 달라서 두 아이 다 같이 볼 수 있었다. 아빠까지 오면 너무 극성으로 보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극성스런 아빠들이 많았다.


나는 공개수업 참관 4년차라 내 아이 부족한 모습만 보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공개수업 처음 와 본 남편은 서준이 자세가 좋지 않네 민서가 적극적이지 않네 연신 소근댔다. 더워서 콧잔등에 땀이 맺혔으면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아빠로서의 남편이 새삼스러웠다.


서준이네 반. 내가 잘하는 것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발레, 태권도, 피아노, 줄넘기 등등을 말했다. 서준이 차례가 되자 서준이는 ‘사랑해 주기’ 라고 발표했다. 선생님은 시큰둥하게 넘어가셨지만 나는 그 독창적인 발표에 감탄했다. 서준이 하교 후 정말 멋진 답변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어봤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잘하는 게 없어서’


아니야. 서준이는 종이접기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잖아. 다른 사람을 잘 웃겨주기도 하잖아.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잖아. 나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계속 열거할 수 있었지만 서준이에게 별로 가닿지 않는 거 같았다. 아이가 왜 나는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마음이 쓰였다.


민서네 반. 모둠별로 감정에 대한 연극을 했는데 로봇연기를 하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몇몇 돋보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속에 민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지만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뭉클했다. 어제밤에 연극 대사를 외운다고 열심이었더랬다.


하교 후 줄넘기 학원에 다녀온 민서와 만났다. 승급심사에 통과해서 이제 리더스 1급이 됐다고 했다. 나는 축하한다고 노래하고 춤도 춰주었다. 승급 기념으로 공차에서 새로나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해서 내일 하교 후 가기로 했다.


*

이슬아 작가님이 사랑이라는 말 없이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내한한 가수를 맞이하는 열성팬처럼

수십만명을 대표하는 팬클럽 회장처럼


민서와 서준이에게 환호를 보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공개수업 후 남편이랑 식사하고 가보고 싶던 카페에 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셀카 찍으며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도 확인하고 턱살이 탄력을 잃은 것도 확인했다.


남편은 요즘 황가람님의 ‘나는 반딧불’을 즐겨 듣는다. 말하지 않았지만 이유를 안다.


그 노래 가사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문장이 있을까. 민서와 서준이는 아직 공감 못 할 테고, 할 수만 있다면 되도록 늦게 공감하게 되길 바라지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빛날 테니까


나는 이렇게 감정을 자극하기로 마음 먹은 듯한 글을 보면

뭐야?! 절대 지지 (울지) 않을 거야 마음 먹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이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들을 때마다 울컥 한다.


알고리즘은 내 마음이 여기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도 안다는 듯 황가람님이 출연하신 유퀴즈도 보여 주었다. 펑펑 우시던 조셉님 맴이 내 맴.


우리가 그랬듯.


민서와 서준이가 자기가 별이 아니라 개똥벌레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더라도. 너는 아빠엄마에게는 별이라고. 눈부시고 빛나는 별이라고. 세상이 뭐라 하든 스스로 뭐라 생각하든 너는 별이라고. 지치지 않고 말해 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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