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by 서담

주린이.

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아직 주식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뜻은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무언가에 굶주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돈에, 혹은 지식에.

나 역시 수년째 주린이다.


책도 여러 권 읽고, 강의도 듣고, 나름 공부도 했지만

이 분야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숫자와 차트, 매수 타이밍 같은 건

아직도 감에 기대어 접근하고 있다.


그런 내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3년 반 만에 코스피가 다시 3,000을 돌파했다는 것.

오랜만에 내 계좌에도 작은 회복의 시그널이 잡히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회복 기미가 없는 종목도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 기업을 믿고 응원하고 싶었고,

그래서 소액이지만 국내 주식을 고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감정이 아닌 논리로 투자해야 한다는 말처럼,

이제는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미국 주식 관련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과제를 수행하며 한 단계 한 단계 해나가는 중이다.

마음은 한국에 두되, 돈은 세계로 보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세계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세계에 먼저 들어가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그동안 뭐 했지…”


나도 매년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사람의 다른 삶의 영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나 자신을 평가절하했던 적이 많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답해본다.


“이제부터 배우면 되지.

아직 늦지 않았어.”


언젠가, 코스피 5,000 시대가 정말 오기를 기대하고, 또 바란다.

우리나라 기업 가치가 성장하고,

배당도 늘고, 고용도 늘고, 연봉도 오르는

그런 선순환의 흐름이 퍼져가기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도 당당한 투자처가 되기를.

그것이 국가 위상이나 외교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하지만 나는 안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숫자에 담긴 신뢰와 가능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믿음을 오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언젠가 그날이 오면,

나도 이 순간을 떠올리겠지.


주린이였지만,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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