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낯설지 않은 풍경

by 서담

병원에 갈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여기서 밥 먹고 가.”

링크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고, 마제소바 맛집이었다.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으로 시간을 보내다 오전 11시, 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네이버 지도를 따라 걸었지만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조용히 숨어 있던 가게를 발견했다. 요란한 간판 하나 없이,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외관. 괜히 믿음이 갔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진짜 맛집의 포스처럼 느껴졌다.


마제소바를 주문했다. 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깊고 풍성한 맛. 양이 많아서 다 못 먹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그릇은 깨끗했다. 밥까지 비벼 먹으라고 했지만, 거기까진 무리였다. 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가게 안에는 나 외에도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혼밥’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때는 2인분 이상 주문해야만 하는 식당이 많았고, 1인석은 찾기 힘들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을 향한 시선도 그리 너그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배달앱엔 1인 가구를 위한 메뉴들이 다양해졌고, 마트 진열대도 점점 ‘혼자 먹는 사람’을 기준으로 바뀌어간다. 혼밥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스스로를 챙긴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가 대충 있는 반찬으로 때우려던 식사를, 남편이 추천해준 맛집에서 천천히, 제대로 된 한 끼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 혼밥보다 함께 먹는 식사를 더 좋아한다. 눈을 마주치며 웃고, 얘기를 나누며 먹는 그 시간이, 밥보다 더 든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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