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한국 동시’ 수업을 듣고 있다.
인문학 수업이 대개 그렇듯,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함께 읽은 여러 편의 동시 가운데, 이 시가 유독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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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 / 이창숙
다른 학교 다니는 학원 친구가
김민호 아느냐고 묻기에
우리 반이라고 했다
공부도 못하고,
행동도 느리고,
존재감 없는 애라고,
그런데 학원 친구가 말했다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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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땐 웃음이 났고,
두 번째 읽었을 땐 울컥했다.
제목이 ‘쥐구멍’인 걸 보면, 화자가 이 상황이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웠는지 알 수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누군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쏟아내고 싶었던 순간들.
그 사람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나하나 낱낱이 밝히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던 경우가 많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는 것들이 있었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흘러가고, 잊혀지는 것들이었다.
성경에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는 말씀이 있다.
사랑 그 자체이신 분이 나의 허다한 죄를 덮어주셨음을 기억한다면, 나 또한 누군가의 부족함을 덮으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똥을 싸면 그냥 덮으면 될 일을,
누가 언제 뭘 먹고 이런 걸 쌌는지까지
굳이 들춰내고 들쑤셔놓을 필요는 없다.
그래 봤자 남는 건 더 짙은 악취뿐이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사랑 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하는가.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는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불쌍한 존재다.
그래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조금은 감싸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김민호처럼, 누군가의 좋은 면을 먼저 발견해 주고
“그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