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친절할 걸 그랬어

by 서담

어젯밤, 잘 시간이 다 되었는데 서준이가 수학 문제집을 끝내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을 주었지만, 결국 한쪽을 몽땅 틀려버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시 풀어보라고 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풀지 못했다.

이 정도는 이해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결국 문제를 하나하나 같이 풀었다. 그러고 나서야 늦은 시간,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불을 끄고 누웠는데 서준이가 물었다.

“엄마, 내가 수학 문제 많이 틀려서 화났어?”

“많이 틀려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서 화났어.”

“나는 아직 잘 모르겠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건데…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애교 섞인 말투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그래서 속상했어?”

“…응.”

아이를 끌어안았다.


“서준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친절하게 가르쳐주면 되는 건데, 엄마가 피곤해서 그러지 못했어.

그리고 속상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다음에도 엄마 때문에 속상하면 꼭 이렇게 말해줘. 꼭.”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란히 잠이 들었다.


예전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내 인격의 성숙을 가늠하는 기준은 ‘내 아이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것.

나를 가장 믿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무례하지 않을 것.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할 것.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에게는 쉽게 하지 못할 말을 아이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인내심의 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상이 아이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 전 개그맨 지석진 씨가 나온 영상을 보았다.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그의 태도는 ‘말을 잘 한다’는 것이 단지 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했다.


누구나 말을 할 줄은 알지만, 모두가 말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니까.

말을 잘하기 위해선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나는 좋은 말을 잘 하기도 하지만, 나쁜 말도 잘 한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 말을 주의하기 전에, 생각을 주의해야 함을 이제 조금씩 알아간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니까.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좋은 ’언어 자본’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 말이 아이의 마음밭에 따뜻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내일은 조금 더 친절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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