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차마 고요했던 침묵의 시대가...
엄우흠이나 공지영의 청년시설 소설은 그 첫 장이 늘 언제나 항상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작가도 독자도 만년 스무 살일 것 같은 8090 시대였으니까요.
파르라니 깎은 머리처럼 푸릇한 작가 엄우흠이 첫 소설 <감색 운동화 한 켤레>에 써 내려간 두 줄이 그때 우리에겐 감읍이었습니다.
"목숨 건 사랑과 목숨 건 사상이 있어 아름다웠노라..'라고.
signal ↗↘
M: Simon & Garfunkel - The Sound of Silence
https://www.youtube.com/watch?v=NAEppFUWLfc&list=RDbFVezeC5Uj0&index=2
1953년 루마니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Silent wedding 2009>은 징그럽게 아름다운데 소름 끼치게 우울한 그 어둠이 아주 오래갑니다. 첫 장면부터 엔딩 크레디트까지 조도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스크린에서 가장 눈부신 건 신랑 신부의 예복뿐이었죠.
왜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왜 축복받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왜 그 땅에서 태어났는지조차 말하지 않았지만, <호라티우 말라엘> 감독이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침묵의 침묵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나이 먹는 일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나이 들어 사라지는 사상과 사랑이 수치에 가까울 만큼 송구할 때가 있으므로 우린 점점 죄책감이 늘어가는 게 아닐지..
세르비아의 집시 밴드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의 베이시스트에서 기타리스트로 굳건해진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이 기타를 짊어지고 한국 공연에 왔을 때 웃프게 하던 말. "평화롭게 50년 이상 지내본 적 없는 발칸 반도는 그 자체가 전쟁과 군대의 역사다"
그의 영화 <집시의 시간>이 결코 자유를 전수하지 못했다는 것도, 우리에게 영원한 해방이 없다는 메시지의 또 다른 증빙일 터이고, 박 터지게 울어제치던 우리들의 스무 살을 돌아보건대 불쑥 그리운 건 최루송 같은 노래들.. 누가 그랬나요. 눈물이 없다는 건 그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이라고...
너무 울고 너무 소리쳐서 목울대가 닳아빠진 것 같았던 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시절조차 기억 못 하고 살아가는 이 밤이 아픈 것이라고.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