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강물을 마신 것처럼..
라틴어에선 진실 Veritas의 반대말을 거짓 Falsum이 아니라 망각 Oblivio으로 정의한다고 합니다. 진심과 진실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삶의 의미라는 뜻인가 봅니다.
signal ↗↘
M:Barry white - You a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Ally McBeal 버전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오은선은, 고소高所에서의 고통보다 산을 내려와 평지에서 겪는 (일종의) 적응기간이 더 힘들다고 했습니다. 시간도 오래 마음도 오래 걸린다고 했죠.
지리산을 넘나들던 파르티잔들도 비슷한 말을 남겼습니다. 오랜동안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며 투쟁하다 막상 마을에 내려오면 땅멀미를 겪는다고. 심지어 헛발질을 해 조용한 길에서 넘어지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즐겨보던 앨리맥빌이란 미드에서 앨리가 했던 말도 참 오래 기억납니다. 늘 고민과 고독과 우울과 실연을 겪다 보니 불행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했노라고.. 그런데 막상 행복이 다가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행복을 즐기는 법을 잊었노라고...
우린 왜 나는 왜 늘, 아픔에만 익숙해있고 방어력이 커져있는 걸까요. 다복하고 맑은 날씨에 대한 흡입력이 없어, 모처럼 청명한 겨울 하늘이 어색해. 과연 오늘의 고요를 즐길 수 있을지..기억해야될 것은 다 사라져버렸고 기억나지 않은 것들은 평생 아픈 손가락인...
그러나 어디 나만의 통증이겠어요. 우린 대부분 매일같이 그리스 여신 레테 Lethe처럼 망각의 물을 건너는 슬픈 소시민을 터.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