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
"밥그릇 비우긴 쉬워도 마음 비우긴 어렵다"라고 한탄하던 말에 숟가락 얻은 게 나뿐이겠습니까. 누구나 무릎을 치며 옳소... 했겠지요. 그러다 또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그렇게 꼭 비워버려야 하나요?
Signal ↗↘
흔하디 흔한 말 애일愛日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나 자신도 미워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종일토록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까요. "오늘부터 1일"이라는 연인이 아니고서야..
시인이면서 혁명가여서 존경스러운 허균은 임진왜란의 피란지에서 돌아와 다 부서진 집을 대충 얽어맨 뒤에 시를 한 편 지었습니다.
빈 항아리 차를 거우르고
한 잡은 향 피우고
외딴집 누워
건곤고금을 가늠하노니
사람들은 누실이라 하여
살지 못하려니 하건만
나에게는
신선의 세계인저...
스님 법정은 인도 수행 중 햇살만 가득한 간디의 방 앞에서 간소하기 그지없는 풍경에 놀라 "나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부끄러웠다"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애일을 만끽하고 마음을 채우려 하면 사랑이 달아난다는 공식인데, 나의 오늘과 사랑에 빠지던가, 하고픈 것 갖고픈 것 다 갖고서 사랑을 포기하란 것이죠?
그럼 사랑도 버리라는 것입니다. 뭔가 그립고 누군가 좋아지면 마음 가득 욕심이 차오르니까요. 의욕이 불붙기 시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문학평론가 김현 교수는 "남자 나이 마흔에 정말 많은 일을 한다"며 후배들을 독려했습니다. 배우 심혜진이 그랬던가요 "여자 나이 서른이면 돈 연애 일을 가져야 한다"라고
나이 탓을 하려는 것도 나이 덕을 보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오늘 하루만큼은 숫자놀이에 갇히지 않고 시체놀이에 투옥되지도 않고 자유롭고 싶습니다.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은 이슬처럼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