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오프닝처럼

정말 심장이 없으면 해?

by 봄작

불수의근 involuntary muscle이라고 하죠. 머리로 제어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몸. 의지로 통제되지 않고 움직이는 근육을 뜻합니다.

이 대목에서 삼척동자도 가리킬 근육! 불수의근의 대표주자는 하트, 심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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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못지않게 글도 유려한 화가 김병종 교수는 불수의근을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행을 꼽았습니다. 숨은 감성과 에너지를 겉으로 올라오게 하는 촉진제라고 했죠.

그가 여행지에서 스케치와 함께 쓴 글들을 보면, 크로와상을 들고 있는 오드리 헵번의 아침처럼 침이 고입니다.. 뉴욕이 골프가 아바나에 곯고 기름진 피렌체에 피가 솟구치죠. 아내이고 소설가인 정미경과 알제리 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정미경의 소설 <아프리카의 별>처럼 몽롱하기도 합니다.

별처럼 평생 아픈 말 한마디 던지지 않고 살았다는 아내 정미경은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진단받은 암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치료도 거부한 채 코쿤으로 지내다 떠났죠.

그 한 달여를 곁에서 친구로 앉아있어 준 이가 김병종입니다. 24시간을 나뭇잎처럼 아내 마음에 매달려 살았죠. 오로지 집에서만 둘이서만 그렇게만..

타인의 사랑, 그것도 부부의 마음을 어찌 짐작하겠냐만 지고지순한 마음도 불수의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셈을 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물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이치.

게스트로 초대해서 만났던 화가의 눈빛을 기억하건대 분명 그러했을 임종입니다. 이승에선 비록 떠나보내지만 더 깊이 사랑하는 계기가 됐을 남과 여.


라이너마리아릴케의 <기도시집>에서 늘 반짝거리는 별 빛

"내 눈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아빠 엄마가 세상에 없는 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한 나도 우리도 저런 기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의지로 제어하지 못하는 불수의근 심장이 요동을 치고 말 일. 아무리 준비해도 되지 않을 일. 여행을 떠나며 돌아오는 차편을 끊어놓지 않는 것처럼 막무가내인 일... "어렵다고요.."B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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