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아바나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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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서교동에 있던 <동쪽 커피> 카페에서 소위 말하는 첫사랑과 커피를 마셨습니다. 물론 한 모금도 넘기지 못했지요. 그가 내 사랑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떨고 있었으니까요. 성탄절 즈음이었으나 청춘들 때문에 발열이 폭발적이던 홍대 앞 거리였으므로 그에 한 숟갈 얹은 내 뜨거움은 참 무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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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윤상- 가려진 시간 사이로
오프닝 2
윤상의 노래를 윤상 못지않게 부르던 내 첫사랑의 아우라는 내게 지독했습니다. 그에 대한 마음이 나 자신을 지치도록 했으니까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연정이 커지면 종일토록 (꿈에서조차) 심신이 달그락거립니다. 그 몸과 마음이 못내 멀어지고 잊어지는 시간이 돼야 그 남자 그 여자가 더 아름다워지는 일. 삶에 있어, 너무 흔해서 지리멸렬하기조차 한 첫사랑이란 단어가 불쑥 침범해 오는 날이 (모두에게)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는
당신이 사랑하는 나조차
미워하며 질투하였습니다."라는 강혈철 시인을 읽기 시작하면 머리통부터 쿵! 하고 내려앉지요.
마저 읽을까요.
"이제 당신이 가버린 뒤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딘다는 말을 찬찬히 읊조립니다.
무엇이 사라진 것인가요
당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내가 지워진 것도 아닌데
심연으로 가라앉는 돌멩이
앞서 깊어가는,
저기 그리움이 보입니다. "
그리움 추억 옛사랑 같은 단어를 심하다 싶게 멀리 하지만 낙서처럼 흘려 써놓고 다시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백만 년에 잠깐 같은 느낌으로다가..
Yolanda - Pablo Milanés (junto a su hija Lynn)
이건 내 인생 음악이에요. 단 한 번도 위로가 되지 않은 날 없었던 생애 최고 최고.. 정작 아바나에 살 때는 도처에 가득한 버스커들 덕분에 듣지 못했지만 이날까지 우울하고 어둡고 슬플 때나 눈비가 오거나 눈부시게 작열하거나 어쨌거나, 어린 날의 엄마 가슴팍처럼 대가리를 묻고 육화肉化시키던 Yolanda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므로 찬장 속의 사탕병처럼 아끼고 아끼기도 하는 파블로 밀라네스.. 고인이 살아생전 라이브 공연에 가보지 못한 게 한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