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별 것 아닌
산모랭이에서 내려오는 길, 제법 오래된 고택의 골목이 있는데 제복을 입은 아저씨 둘이 덩굴처럼 담쟁이에 붙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순찰 중인지 식사 시간인지 모르겠으나 꽃에 미쳐 봄에 환장해 정신을 못 차리는 뒷모습에 잠시 감동했죠. "이런! 멋들어진 민주경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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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같은 사내들도 발길을 멈추고, 무미건조한 사춘기 소년들도 길을 막아서게 하는 봄꽃은 분명 마력입니다. 한 중년 아저씨가 흐드러지게 떨어진 벚꽃 잎을 두 손으로 주워 담아 여인에게 주었습니다. 말도 없이 미소도 없이 그냥 두 손 가득 담은 꽃잎만...
받아 들어 얼굴을 한껏 묻어버린 여인이 말해요 "그런데 향이 없네?!"
무지하게 아름답던 남자의 풍경에 먹물 퍼지는 느낌이랄까? 꽃에 왜 향기가 있어야만 하는데요? 왜 꽃은 눈이 부셔야 하는데요? 참을 수 없어 터지는 꽃의 본능만으로도 충분히 어여쁜데 말이죠. 난생처음 보는 남자의 처음 보는 꽃맞이에 울컥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여인의 화답에 기분 잡쳐버리며 (그래도) 봄은 갑니다. 시차를 어기지 않는 비행기처럼.
평범에 바치는 하루는 언제나 배신이 없어요. 고요하고 얌전하죠. 그대로만 간다면 오늘 나의 동네는 별나라 같을지 몰라. 친구도 사랑도 상점도 음악도 없을지나 희한하게 유쾌한 별나라 같은 곳.
무엇도
기다리지 않고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은 채
홀로
하루를 보낸다
설렘 없이
울렁증 없이
슬픔 없이
(하략..)
강기원- 어떤 하루
떨림 기다림 두근두근이 없어진 삶에 서운해하지 말기, 청춘이라는 말이 어색해진 것을 받아들이기, 통증 없이 지내는 신경통 환자의 하루처럼 그저 그런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Bo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