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유난히 교차로마다 빨간불에 자주 걸리던 날이었다.
조급해야 마땅할 상황인데,
이상하게 그 빨간불이 반가웠다.
내 걸음이 아닌, 무언가에 휩쓸려가는 기분이었기에
잠시라도 멈출 수 있는 그 정지가 고마웠다.
차창을 살짝 내리자,
신호등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보행자가 너무 가까이 서 있다가
사고가 날까 염려하는 듯,
고운 기계음이 조용히 경고를 건넨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도
이런 친절한 안내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위험할 때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마다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주는 것.
“거기 아니야. 지금은 멈춰야 해.”
“뒤로 물러나. 조금 더 기다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돌봄의 시선은 하나둘 줄어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나를 돌보고,
심지어 누군가까지 돌봐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나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이 눈으로
삶의 위험과 신호를 감지해내야 하니,
당연히 헛디디고, 길을 놓치고,
헤매고 마는 건지도 모른다.
오늘따라 유독
그 돌봄의 시선이,
그 안내의 목소리가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