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글이 써지지 않았다.
꼬박 한 달이었다.
살아내기 위해 매일 글을 써 내려가던 내가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되었다.
텅 빈 마음에는
아무런 글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하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심해(心海)만
허우적대고 있었다.
‘끝은 어디일까.’
‘이렇게 가라앉다 보면… 또 뭘 보게 될까.’
예전엔 그 밑바닥에서 무언갈 발견하면
카타르시스를 마주했고,
그것이 글을 쓰는 힘이 되어주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파고들어도 끝이 없자,
이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얼마나 더 있는 것일까.
계속 이렇게 들여다보다가는
내가 나를 잠식할 것 같았다.
숨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구명조끼도 없이
검푸른 바다 위를
홀로 떠 있는 느낌.
힘이 빠지면,
이 심해는 결국
나를 삼킬 것이다.
살기 위해,
나는 다시 글을 쏟아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더 이상 써지질 않아,
허구의 캐릭터를 만들어
2주 동안 7만 자를 써냈다.
나는 그게
미쳐가는 과정의 시작일까 싶었다.
그 글 속에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조금씩 녹아 나왔다.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해
좌절과 외로움 속에서
나에게 감정을 쏟아내고 살아온
불쌍한 우리 엄마.
말 잘 듣는 딸이었다가도
내 고집이 드러날 땐
“너도 딱 니 같은 딸 낳아봐라!”
악다구니를 쓰며 내뱉던 말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가슴에 그 결심을
칼처럼 새기듯
거칠게 움켜쥐고 버텼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쏟아내지 못한 감정들이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어질 때면
미친 듯이 글을 써대고,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쥐어주고,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왜 또 그러냐며 짜증을 낸다.
내 안에는
“너 같은 딸”을 낳은
엄마가 살고 있었다.
잔인한 줄기는
한 땅에서 자라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같은 가지를 내뻗는다.
나는,
그게 너무도 싫다고,
오늘도
그 줄기에서 잘라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